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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경구, “’살기법’ 만나기 전 쉽게 걸어온 게 사실”

  • 성진희 기자
  • 입력 : 2017.09.04 16:53

    사진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배우 설경구 / 쇼박스 제공
    사진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배우 설경구 / 쇼박스 제공

    “’구타유발자들’(2006)을 보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감독이었고, 특이하게 재미있는 분이라 생각했죠.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하 살기법)을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 했죠. 원 감독이 준 시나리오를 읽고 원작이 너무 궁금해서 매니저를 불러 소설을 사와 단숨에 읽었어요. 한 마디로 ‘쇼킹’했죠. 결국, 제가 병수(극 중 캐릭터)의 망상에 이래저래 흔들리고 만 거예요, 그만…”

    9월 6일 개봉하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의 배우 설경구가 "변신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40대 배우가 극 중 70대 노인을 연기하는 데 있어 그가 감독에게 전한 말은 단 한마디, “제가 한번 늙어 볼게요.” 과거 <나의 독재자>의 ‘성근’처럼 인위적으로 늙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무작정 트레이닝 복을 입고 매일같이 땀을 연거푸 흘리며 혹독함을 넘어 앙상하게 다이어트를 했다는 설경구. “라면과 참치 통조림..생각만 해도 신물이 나요.(웃음) 영화 속 첫 장면이 주는 인상은 배우와 관객 사이의 신뢰와 같은 거죠. 그걸 깨뜨리지 않기 위해 더욱 긴장을 많이 한 작품이었어요. 하루하루 바뀌어가는 제 얼굴을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제 머릿속 캐릭터에 접근하지 못하면 미칠 거 같아 병수로 완성은 해놨는데, 딱 저희 집 식구들만 절 알아본 거예요. 놀러 온 사촌은 기겁해서 놀라더군요, 허허!”

    설경구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억을 읽어가는 장치로 '눈 떨림'이 추가되었고, 또 한 명의 연쇄살인범이었던 ‘태주’(김남길 분)와의 고난도 액션 장면도 굉장했다. “그 장면을 위해 4일을 고생했어요. 감독이 무술감독 출신이라, 그걸 아니까 더 겁이 난다고 했어요. 모든 안전장치는 다 해놓고 촬영에 들어갔죠. 그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스릴러란 장르만큼, 현장 분위기는 설경구 본인 빼고 다 좋았다라고. “병수가 못한걸 태주(김남길)나 은희(김설현)가 다 해줬죠. 남길이는 유쾌하게, 현이는 현장 분위기를 아주 맑게요.(웃음) 촬영장만이 아니었어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사 지내고 뒤풀이를 갔는데, 그 자리에 오래 있질 못하겠더군요. 현장엘 가서도 숙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세우기 일쑤였고..촬영 마지막까지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설경구는 그렇게 완성한 병수를 두고 일상적인 캐릭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철저히 영화적인 캐릭터, 평범하지가 않았죠.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는 데, 줄곧 제 흠집만 보느라…저만 따라 가느라 바빴어요. 바짝 깎은 머리에 껍질만 남은 마지막의 제 모습과 치료감호소의 제 모습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인터뷰] 설경구, “’살기법’ 만나기 전 쉽게 걸어온 게 사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병수를 설경구는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을까. 그는 EBS 다큐멘터리의 ‘치매’ 관련 영상을 접했는데, 특히 30대 주부가 치매에 걸린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너무 충격이었죠. 그녀를 곁에서 정성스럽게 돌봐주는 남편의 모습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점점 아이가 되어 가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찡했어요.”라고.

    그 느낌으로만 간 것이 ‘살기법’ 병수의 탄생이다. 많은 것을 고민해도 100% 나오지 않을 경우가 있어 촬영하면서 끊임없이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배우 설경구. “그간 쉽게 이 길을 걸어온 것도 사실이죠. 줄곧 철저한 상업영화만 내딛다가..그렇게 쉽게 가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렸던 게 벌써 10년이네요. 이러다가 영원히 아웃 되면 어쩌지, 소리소문 없이 쓱 사라지면 어쩌지란 고민을 사실, 몇 년 전부터 해왔어요. 그러다가 ‘살기법’을 만난 거죠. 제게 있어 이 작품은 배우가 알아서 고민하게 만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라고 그간 속앓이 했던 심경도 이 참에 털어놨다. 덧붙여, 그는 “’불한당’ 이후로 폐쇄 직전까지 갔던 팬 카페가 다시 살아났어요.(크게 웃는다) 그런 ‘불한당원’들 때문에 요즘 너무 행복하죠.”라며 오십 나이에 찾아온 아이돌급 인기에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경구 하면 “박하사탕, 오아시스다!” 라고 할 정도로 연기 끝판왕, 말 그대로 ‘국민 배우’로 통한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그의 차기작이 더욱 궁금했다. “추석연휴 지나 ’한공주’를 연출한 이수진 감독의 ‘우상’ 촬영을 합니다. 한석규 선배, 천우희씨와 말이죠. 즐겁게 고생(?)할 거 같아요”라고 말한 그는 “배우를 하면서 몸은 늙어도 눈은 늙고 싶지가 않아요. 계속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는 열정의 눈을 말이죠.”라고 간절히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설경구의 싸인 문구가 인상 깊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서 인용되었다던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
    [인터뷰] 설경구, “’살기법’ 만나기 전 쉽게 걸어온 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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